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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의 유일한 관리자였다.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던 그는
자신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겼다.
그의 행성에는 거울이 두 개 있었다. 거울 안에는 늘 어떤 물체들이 비추어져 있었는데, 그 비춰진 상만큼 세계는 무거워졌다. 즉, 두 거울 속에서 실재하는 요소들의 복제가 이루어졌다.
한 거울과 다른 거울 사이에 비출 물체를 두고 각도를 달리해 서로 맞대면 최소 7개 이상의, 혹은 무한히 진동하는 거울 속의 공간이 탄생했다. 그는 그런 중첩된 시공간 중 하나의 창을 취할 수 있었는데, 처음 거울 안에 비춰진 사물을 그 안에서 꺼내오면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하면 그는 거울 안에 비추어놓은 어떠한 사물이든지 무한히 취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는 주로, 네 종의 나무 씨앗과 광물들을 거울에 비추었다. 광물들을 복제할 땐 돋보기 역시 함께 사용했다.
이곳은 애초에 물리법칙에 균열이 일어난 곳이기 때문에 돋보기로 확대한 상을 복제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가 말하길, 거울에 물건을 비칠 땐 박테리아들을 주의해야만 한다. 항성빛을 일정 비율로 집중시켜야만 한다.
그는 이 사실을 발견하고 한동안 기분이 들떴을 때, 자기 자신이 타고 다니는 낙타를 복제했다. 한마리 한마리 늘어날 때마다 생명의 온기가 늘어나 기뻤지만, 하나 이상은 무익하다는 걸 바로 깨닫게 되었다. 낙타 70마리는 무척이나 성가셨다. 그래서 그 때부터 더는 복제하지 않고, 자신에게 불필요한 여분의 낙타들은 그림으로 남기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이 행성의 공전 궤도가 시공간의 틈이 발생하는 지점에 걸쳐있다는 것, 즉 일년 913일 중 599번째 날 정오 10초부터 단 57시간 2분 0.3초만 걸쳐있는, 물질의 상이 증폭되는 순간을 발견한 건 거의 기적에 가까웠다. 그렇지, 그의 표현을 따르면 시공간이 겪는 암을 진단한 순간 말이다.
그는 낙타를 복제했을 때, 낙타들을 관리할 자신 역시 복제했다. 70명의 그가 더 태어났다.
"똑같은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으면 풍성해보여도 특별한 나무는 없는 것처럼, 나와 걔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야." 그는 늘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이 우주엔, 가장 늙은 내가 발견했던 것과 같은 알 수 없는 이스터에그가 얼마나 많겠는가."하는 생각에 젖어들 때면, 그들의 같은 마음은 밤하늘의 별처럼 많은 가능성 하나하나에 매료되어 빛났다. 함께 꿈을 꾸는 그 때만큼은, 발광 플랑크톤이 심해에 뿌린 별처럼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들을 전부 다 합쳐도 더 많은 이스터에그를 찾아내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돌리거나 경우의 수를 생각하는 상상력엔 늘 한계가 있었고, 모든 것을 알기란 불가능했다.
그의 행성엔 1년에 5번 꼴로 22광년정도 떨어진 이웃 행성의 주민들이 찾아왔다. 그의 행성엔 이웃들이 보기에 가치 높은 광물들이 많았다. 그들은 보석과 금이 매년 고갈되지 않고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그의 행성에 부러움을 표했고, 태양열 전지 및 기계, 태양열 증폭장치 등을 보석들을 물물교환했다. 그는 어떤 행성과는 독극물인 비소를 거래하기도 했다.
그의 항성은 M형, 쇠락기에 접어든 빨간 별이었다. 늘 푸근하고 치유되기에 좋은 적외선풍을 만들어주는 환경임에도, 공기엔 변화무쌍함이라고는 전혀 없었고 미지근함 쓸쓸함뿐이었다.
우리 행성에서는 글자를 사용했다. 이 곳보다 빛이 강했기 때문에 볼 줄 아는 색도 훨씬 다양했고, 표현력도 풍부했다. 그는 우리 행성의 시와 유머집을 무척 좋아했다. 내가 그에게 책을 가져다주면, 그는 내게 금 한 자루를 건네주곤 했다. 나의 또 다른 이웃은 그에게 도시 설계법에 대해 가르쳐 주었다.
하지만 결국 우리들 모두는 이 행성의 진정한 가치를 몰랐기 때문에, 그와 함께 이 행성에서 살려고 하지는 않았다. 여기는 물도, 뜨거운 빛도 존재하지 않는 원시 행성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일년이 지나 그를 다시 방문했을 때, 그의 공장은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 무한히 똑같은 보석들을 접하다보니, 내 마음 속에서 그것들은 빛을 잃은 지 오래되었네.
내가 왜 홀로 이 외딴 행성에 머물러 있었는지 아는가?
이 곳에서 더 찾을 수 있는 가치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믿음, 그것 하나였어.
이 행성에서 만들 수 있는 건 다 만들어보았어.
이제 나는 남아있을 이유를 더는 찾을 수 없네.
친구여, 부디 이 새로운 가치를 찾아주시게.
나는 이제 이곳을 떠나네"
그는 사라진 뒤였다.
그가 떠나 숲만 무성한 이 행성의 비밀을, 그가 남긴 부탁이 아니었다면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이유야 당연하다.
그와 나는 다른 사람이니까.
어찌되었든 이제 내가 바꿔볼 차례이다. 이제 이 행성의 주인은 나이다.
어느날 그는 낙타그림과 자기자신을 제외한, 알쏭달쏭한 문양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또 그는 돌에 옥과 나무를 갈아서 팔찌를 만들었다. 또 수정 조각들을 나무 섬유에 꿴 팔찌를 만들기도 했다.
그가 왜 이런 여분의 일을 하는지는 그당시엔 이해할 수 없었다.
나중에는 보석을 합성하는 공장을 지었다. 그는 보석 공장에서 새로운 수정형 보석들을 합성하기 시작했다.
특히 원료인 빨간 옥, 파란 아게이트,
황수정, 연수정, 자수정, 금, 비취옥과는 다른,
새로운 색채의 보석들을 합성했고,
그것들은 우리 별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