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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나는 이 홀로그램 공간에 되살아나 움직이는 홀로그램 마루에게 포도를 먹였다. 순전히 포도알을 먼저 없애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랬기에 당연히도 그 행동의 또다른 의미를 전혀, 몰랐다.
마루는 마치 단맛을 느낀다는 듯이 한알, 두알 포도를 먹어갔다.
그리고 포도가 사라져가는 동안 나는 골칫덩어리 문제인 수식, 그 중에서도 사랑 방정식을 없앤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떠올리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그런데 마루가 포도를 먹는 속도가 잦아들며 시름시름 앓아가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일일까?
포도를 먹던 마루는 포도를 네 알 남기더니, 결국 쓰러졌다.
어처구니 없게도, 내 무지 때문에 마루가 죽었고, 그래서 게임에 이길 확률이 높아졌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공간 안에 포함된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 역시
이 공간의 정보량 안에 포함 시켜야만 하지 않을까? 따라서 지금 이 시공간에는,
저 개별 피사체들이 내포하고 있는 정의나 의미, 속성과 같은 개별 정보 조각들뿐만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 역시도 해석되고 접목되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저 네 알의 포도를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공간 안에 제 3의 요소로 포함된 존재인
‘나’는 저 포도를 먹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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